육아와 교육

거실공부의 마법 책을 읽고서 (부모가 읽어야 하는 책)

동쓰맘 2020. 5. 19. 18:00

아이가 읽을만한 책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거실 공부의 마법'은 제목부터 눈에 띄었던 책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를 키워 오면서 한글과 숫자, 파닉스 등등 엄마표 놀이를 유아기 때부터 종종 해왔는데, 아이가 7살이 되면서부터 갑자기 자아가 강해졌는지 엄마표 수업에 점점 집중하지 못하고 고집도 세어져서 엄마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흥미를 갖고 다가오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알게 된 이 책은 지쳐있던 엄마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오가와 다이스케라는 일본의 유명 입시학원에서 간판 국어강사 출신으로 명문 중학교와 국공립대학 의학부 등에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이력이 있습니다. 2000년에는 이상적인 학습 지도법을 추구하며 중학 입시 전문 개별지도교실을 설립해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독자적 노하우를 확립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입시제도와 일본의 입시제도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텐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이 과연 우리 아이에게도 적합할지 의문이 들었었는데 우리나라도 2015년도에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으로 개정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열 구분 없이 두루두루 지식을 익히고 융합해서 활용하는 공부방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이기에 모두가 무엇보다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연스럽게 아이가 책을 잘 접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주어야 할 텐데, 이 책에서는 거실 TV 옆에 지도, 도감, 사전 등을 항상 비치해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장소는 왜 거실일까? 아이가 독립된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면 더 집중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거실이고 책을 방안에 고이 모셔두는 것보다 보지 않더라도 거실에 비치해두어 항상 익숙하게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우리 집 거실도 비슷하게 꾸며져 있었기에 반론할 여지없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거실에 놓았던 TV를 없앤 지 6개월 차에 접어드는 우리 집 아이는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으레 TV를 켜고 줄기차게 만화채널을 보곤 했지만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와 책을 한 두 권씩 꺼내 읽습니다. 처음엔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기특해보였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런 모습에 익숙해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등교를 못 하고 있는 요즘엔 하루 종일 아이가 책을 읽을 수만은 없기에 게임과 영상도 조금씩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거실을 이렇게 유지해오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읽던 책과 공부시간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가지 도감, 지도, 사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온 가족이 모이는 거실에 도감, 지도, 사전을 두고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꺼내 보면서 마음껏 놀며 즐기는 방법을 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하필 이 세가지를 권하고 있느냐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감은 지식을 늘리는 최강의 시각적 도구이고, 지도는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며 나아가 고학년부터 배우게 되는 지리, 역사 분야에 많은 도움이 되며 또한 어휘력을 늘려주는 사전을 같이 활용하면 사고력이 극대화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적절한 호응과 노력이 아이로 하여금 흥미의 폭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아이들은 부모가 의무적으로 놀아주는지, 정말 즐거워서 함께하는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여유 있게 같이 즐긴다는 생각으로 도감, 지도, 사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이렇게만 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가정학습지도가 아닐 수가 없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생각만큼 되지는 않기에 흉내라도 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우리 집 거실 벽면엔 구구단표, 세계지도, 한국지도, 한자, 보드 등으로 채워져져있습니다.

우리집 거실 사진

한자 만화책을 즐겨 읽었던 아이가 가끔 어딘가에서 눈에 익은, 하지만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 한자들을 접할 때면 한자 벽보로 달려가 확인해가며 보곤 합니다. 그냥 붙여 놓기만 했던 지도와 이런 학습 벽보들을 평소에 별로 관심 없어하는 아이 같았지만 스쳐 지나가듯 보곤 해도 아이의 머릿속에는 무의식적으로 남아있구나 하는 걸 여러 번 느꼈습니다. 어느 날은 제사를 지내러 병풍을 꺼내 놓았는데 1년 넘게 한자를 배웠던 형들도 까먹고 모르는 글자를 우리 아이가 말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아이가 읽었던 한자 만화책과 벽보, 엄마와 했던 한자 카드 마법 대결 놀이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책의 말미를 읽으며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2018년도에 출간되었는데 추천하고 있는 도감, 지도, 사전과 관련한 도서목록들이 10년도 더 된 책들부터 2017년도에 출간된 책들까지 있는데, 주로 5~7년 전 도서들이 많이 보였고 최신(2017년도 이후) 도서들이 없다는 점입니다. 도서관에 가서 이런 책들이구나 하는 느낌을 보고 최신 책들로 구입해서 앞으로 오랫동안 두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실공부를 실천하려고 나름의 시도 중인 엄마로서, 아이의 변화를 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금씩이나마 효과가 있다는 걸 느끼기에 학습 육아로 고민 중인 부모님들께 주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겨보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런 학습지도 안내서나 육아 관련 서적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 참 중요하고  어디까지 아이의 학습에 관여를 하고 조력자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인지 마음과 머리가 서로 절충안을 찾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며 책 리뷰를 마칩니다.